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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논에물대기

행쇼

우렁군 2018. 10. 24. 03:24

내가 사는 원룸건물은 LH쪽에서 관리를 하는 건물이라

대학생 아니면 사회초년생 계층(?)만 거주를 할 수가 있다.

나말고도 사회초년생 계층이 있다면 한번쯤은 비슷한 시간에 출근하는걸 마주칠것 같기도 한데

그렇지도 않은걸 봐서 아마 나를 제외하고는 다 대학생분들이 사는것 같다.


하긴 여기에선 회사 출근을 하든, 아는 사람을 만나던 어디를 가려고 해도 한시간은 잡고 가야하는 곳이니

나처럼 조용한 곳에 사는것을 집착하는 편이 아닌 이상 여기에 회사 다니시는 분들이 살 이유가 없는것도 사실이다.


나를 제외하고는 학생분들만 살기 때문인건지. 

대학생때의 나도 그랬지만, 가끔씩 같은 건물에 사는 누군가가 술을 많이 먹어서 건물이 시끄러운 날이 있다.  

지금이 새벽 세시정각이니까. 아까 한시반 정도부터 또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또 술을 드셨나..' 

하지만 당사자는 신경을 안 쓰는건지 술취한 목소리의 통화는 계속되었다. 


그런데 통화 내용이 

"정말 이대로 영영 나 안봐도 좋다는 거야?" 등의 내용인걸 봐서 위로 올라가서 조용히 하라고 얘길 할까 망설이다 

일단 이불을 뒤집어 쓰고 이어플러그를 끼고 다시 누웠다. 그랬더니 조금 괜찮아졌었는데 

방금 전 한번 제대로? 흐느끼는 소리가 났다.

지금은 다시 조용한데 이미 잠이 다 깨버렸다.


저 여자분, 지금 많이 괴롭겠지.

그럴 거다.

사람 때문에, 사랑 때문에 괴로운 게 얼마나 괴로운데.


왜 그런말 있지 않은가?

너는 한번이라도 누구에게 뜨거운 연탄불이 되어본적이 있느냐 어쩌구 하는.

나도 있었다. 

연탄불이 된 적도 있었고, 번개탄도 온돌도 되어 본 적이 있었다.

없다면 말이 안되지.


사람이 사람에게서 일방적인 관계의 단절을 통보받았을 때의 그

죽을 것처럼 괴롭고 막막한 심정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이제는 많이 지나서 정말로 괜찮아졌지만, 나도 단절을 통보받았을 때

너무 힘들고 생각나는게 술밖에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래도 결국엔 뻔하디 뻔한 말이지만 시간이 해결을 해주더라.

초등학교 때 혼자 남겨진 우리집에 할머니가 2~3년정도 와서 같이 살았었는데

버려졌다는 박탈감, 아무래도 맞지 않는 대화코드 등으로 인해 내가 참 할머니랑 

많이 싸우고 못할 말들을 많이 했었다.


그러다가 내가 성인이 되고 할머니는 노환으로 세상을 달리 하셨는데

3일동안 장례식장을 지키며 내가 어릴때 못했던게 생각이 너무나는 거다.

거의 애가 기절할 정도로 울었었다. 어른분들은 얼마나 할머니를 따랐으면 저럴까...

저거 애 살아갈수 있냐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런데 상을 잘 마치고 시간이 한달 두달 지나니 그래도 살아가지더라고.

아 그래서 그때 좀 깨달았던 것 같다. 아무리 힘든일이어도 시간이 지나면 희석이 되간다는 것을.


그래서 단절을 통보받았을 때도 그냥 시간이 빨리 흘러가길 바랬고, 

다행스럽게 이번에도 '내가 앞으로 살아갈수 있을까?' 이런 안좋은 마음들이 점점 희석이 되더가라고.


시간의 희석성을 알기에 

나라는 인간은 위로를 드럽게 못한다.

일단 받아본적이 없으니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모르는것도 있지만, 위로에 제일 좋은 약은 시간이라는 것을 너무 뼈저리게 느껴서

내가 하는 말이 별로 와닿지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내가 감히 그사람의 인생에 끼어드는 거는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고.

내가 할 수 있는 위로는 고기 사주고 술사주는거 밖에 못한다.


그래도 내가 말로써 위로를 드려야 될때가 온다면..

울지 마세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저도 다섯시반에 일어나 운동을 하고 출근준비 잘 할께요. 

아무일 없다는 듯이. 늘 그랬듯이.

모두들 행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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